기도요청

16-05-27 13:17

종이꽃(캄보디아 박선교사)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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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에는 어느 지역을 가든지 쉽게 눈에 띄는 빨간색 꽃이 있다. 이 꽃은 우리나라 철쭉꽃과도 비슷하고 진달래와도 비슷하다. 그래서 가끔씩 내 눈을 놀라게 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한국에 봄이 오는 계절에는 이 꽃을 보며 향수를 달래기도 했다.
  이 꽃은 참 신기한 꽃이다. 한 나무에서 4가지 색깔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흰색, 빨간색, 핑크색, 노란색 꽃이 한 가지에서 난다. 한 나무로도 여러 나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철쭉을 닮은 핑크색 한 가지로만 꽃이 피는 나무를 좋아한다.
  이 나무는 또한 형태도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줄장미처럼 뻗어나 대문 위를 덮기도 한다. 축대 위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개나리처럼 늘어져 경사면을 빨간색으로 뒤덮는다. 이렇게  능력이 다양한 나무가 1년 내내 열정적으로 꽃을 피운다.

  내가 이 꽃을 처음 만난 때는 2007년 이 나라 시엠레아프에서였다. 그 해 나는 관광차 캄보디아에 왔었다. 그때 나의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하는 의미 있는 경험이 있었다.
  내가 시엠레아프의 관광지를 지나갈 때면 늘 나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어떤 아이는 아주 작은 소리로 무언가를 요구하고, 어떤 아이는 작은 노래를 불러 주었다.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다. 나는 그때 계속 고민을 했다. 돈을 줘야 할지 주지 말아야 할지.
  잔돈을 조금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나는 그 아이들에게 일하지 않고 쉽게 돈 버는 삶을 가르치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평생 거지의 마음을 가지고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돈을 주지 않았다. 돈을 주었으면 마음이 편했을까? 돈을 주지 않는 나의 마음은 괴로웠고 계속해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돈을 안 주면 그럼 무엇을 해주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일까? 나는 계속해서 나 자신에게 질문했다. 그때 내 마음속에 명확히 떠오른 대답이 있었다.  그것은 "교육"이었다.
  그때 시엠레아프의 한 골목에는 흐드러지게 핀 붉은 꽃이 있었다. 우리는 이 열대의 화려한 꽃에 매료되었다.  그 앞에서 사진도 찍고 꽃잎도 몇 개 따서 책에 끼어가지고 왔다.
  나는 한국에 돌아온 이후 그 꽃잎을 코팅을 해서 책갈피로 만들었다. 한 쪽에 "2007년 캄보디아에서"라고 글씨를 써넣었다. 나와 아내는 그것을 꽤 오랫동안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녔다.

  나와 함께 한국에 온 이 꽃잎은 추억만 가지고 온 것이 아니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아이들이 내게 던진 숙제도 따라왔다. 나는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숙제를 안고 살아야 했다. 어떻게 그 아이들을 공부시킬 수 있단 말인가. 학교를 세워야 하는 것인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과는 어떻게 연관 지어야 하는가. 나는 몇 년 동안을 답을 찾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수 년 후 답을 완성시켰다. 그것은 한국 생활을 모두 접고 캄보디아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그 후 여러 해 동안 캄보디아에 오기 위해서 차근히 준비했다. 그리고 2014년 말, 나는 이곳에 아주 왔다.
  나는 지금도 어느 거리에서나 흔히 눈에 띄는 그 꽃을 보면 내가 처음 캄보디아에 왔을 때가 가끔 생각이 난다. 내가 따가지고 갔던 꽃잎이 나를 이곳에 다시 오게 만들었을까? 나는 최근에 그 꽃잎 책갈피가 어디 있는가 찾아봤지만 한국에서 올 때 따라오지 않은 것 같다. 그 꽃잎은 자기 사명을 다했기에 사라졌는가. 이런저런 부질없는 생각들을 엮어보니 재미있다.

  나는 그 꽃을 집에서 한번 키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 화분 하나를 샀다. 빨간색 꽃을 바라볼 때면 알 수 없는 행복이 느껴진다. 그리고 새롭게 피어나는 꽃에서는 경이를 느낀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꽃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살핀다.
 
  나는 지난 3월에 왕립학교 어학과정을 졸업한 이후 선교사회에서 개설한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집에서는 개인교사와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는 프놈펜 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해서 같은 전공을 한 아내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얼마 전 나는 개인교사에게 그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참으로 오랜 후에야 그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을 듣고 잠시 실망했다. 그 꽃의 이름은 "끄로닥"이었다. 그것은 종이라는 뜻이다. 멋없고 성의 없는 이름 아닌가. 그러나 나는 곧 그 이름을 수긍했다. 왜냐하면 그 꽃잎은 정말 종이와 비슷한 느낌이다. 보통의 꽃잎은 수분을 머금어서 감촉이 부드럽다. 그런데 이 꽃잎은 수분이 거의 없고 마른 종이를 만지는 느낌이다. 그 화려함과 재주에 비해 정말 재미없는 이름이다.
  어제 나는 끄로닥의 꽃잎 몇 개를 따서 책 페이지 사이에 꽂아 넣었다. 책갈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6월에 나는 건강검진 차 한국에 들어간다. 그때 누군가에게 이것을 주게 될까? 만약에 이것이 책갈피가 되어 누군가에게 주어지면 그 사람도 캄보디아를 사랑하는 마음에 사로잡히게 될까?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월요일에는 캄보디아에서 학교를 하는 선교사들의 모임이 있었다. 그분들이 하는 학교를 둘러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에서 교직 생활을 오래 하신 분도 있고, 나처럼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는 분들도 있었다. 모두가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이곳에서는 6월 1일이 어린이날이다. 이 날 선교사 학교 연합에서 미술대회를 개최하는데 나에게 심사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해왔다. 예술 교육이 전무한 이 나라에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좋은 자극을 받는 일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내가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견해내고 그 아이들에게 좋은 동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캄보디아의 아이들은 "끄로닥"과도 비슷하다. 특별할 것 없는 무미한 이름의 소유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존재들이다. 다양하고 화려한 색을 내고 여러 형태로 자신의 모습을 만들 수도 있다.
  단순한 종이 한 장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잘 접으면 예쁜 종이꽃이 되기도 한다. 나는 한 장의 종이와도 같은 이 아이들을 예쁜 종이꽃으로 솜씨 있게 접어 낼 수 있을까? 나의 손에서 만들어진 예쁜 종이꽃들로 세상이 더 아름다와질 수 있을까? 나는 꼭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꿈쟁이 박선교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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